늦은 밤인데도 빗소리가 그칠줄을 모릅니다.
조금전까지 카페에서 청년 몇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님께 질문하고, 답을 얻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기 시작한지 5개월째라고 합니다.
그 훈련을 시작할때즈음,
얼마동안 잘 먹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원래 ‘밥심’으로 살아가던 청년은
비실비실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이 냄새를 허락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청년은 어머니의 유전으로?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냄새를 맡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관광객들과 중국에서 가이드를 하던 어느 날,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피어대던 담배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게 불과 몇 달전입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함께 카페에 앉아서 커피향을 맡았습니다.
“원래는 커피를 맛으로만 즐겼어요.”
자신이 좋아하던 커피를 이제는 향으로 느끼며
커피가 너무 풍성해졌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일곱시 반이면
빵집으로 달려갑니다.
지금은 제일 좋은 냄새가 빵냄새라고 합니다.
냄새를 맡고 다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추어탕을
이젠 힘겨워 합니다.
이것 저것 궁금한 냄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문을 열어 제치고
온갖 냄새를 느끼다가 아버지께 야단 맞기도 합니다.
며칠전 온종일 길을 걸으며 전도한 날,
버스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발냄새를 맡았습니다.
전에는 이럴 경우에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없어서
한 번도 신발을 벗은 적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불쾌하지 않았다며 씨익 웃습니다.
여행을 참 좋아하는 청년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번 걷고 싶다 합니다.
커피맛이 풍요로워진것처럼
청년의 인생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모릅니다.
이런 저런 재미나고 감사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여러 재미난 상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보는 색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러 사안에 대해 항상 유보적인 입장을 갖는 편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보지 못하는 색들을?
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자세로 바뀌게 될까요?
나아가, 이런 물리적인 결핍이나 회복 뿐 아니라
주님을 향한 시선의 굴절이 교정되면
내 삶은 또 얼마나 풍요로워질까요?
?
세상의 신이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고후4:4)
마음을 혼미케 한다는 말씀은
우리가 인지 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통찰을 갖게 합니다.
연결지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세계의 비밀한 축을 작동시킵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가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스스로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요9:41)
잘 걸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 주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 중요한 주제를
미움과 연결지어 말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가까운 형이 내게 들려준 좋은 말이라 메모해 두었습니다.
지금 나는 잘 걸어가고 있나요?
청년이 주님께 묻기를 연습한 것처럼
장맛비내리는 늦은 밤, 주님께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