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해 졌다 생각했는데 다시 무척 더워진 오후날씨.
금세 피곤해져서 두한이와 헤어져 집으로 가려다가
머리를 빡빡 깍아 처량해 보이는 두한이가
벌써부터 잠실에 가 있기는 이른 시간 같았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우린 골목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두한이는 카메라 앞에서 전혀 어색해 할줄을 몰라 했고
난 더워서 무거워진 몸뚱아리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찍는다.
허름한 골목배경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사진 찍기에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두한아. 너두 사진 한 번 찍어볼래?”
아마 두한이에게 카메라를 처음 넘겨 본 것 같다.
워낙 어설픈 아이라 혹시나 떨어뜨리진 않을까 목에다 스크랩을 걸어 주었다.
노출은 대강 맞춰 놓고, 이제 나는 좀 앉아 쉬기로 했다.
몇 장 찍어보더니 이내 쑥스러워 하며 카메라를 넘겨준다.
“두한아 어때?”
“히히. 재밌네요..”
두한이의 표정은 정말 재밌어 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