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제통상학과를 전공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색약판정을 받고 신체검사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얼마의 색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되지 못한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었다.
무책임한 얘기일 수 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온통 새빨갛게 나왔다고 해도 난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내가 찍은 사진으로 누군가는 웃고, 행복할 수 있다.
사진 찍는 사람에게 색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삶을 살아가며 결정적인 실수와 패배가 있어서
‘이제는 다 끝났구나.’하며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다.
당시에는 그 실수가 결정적이거나, 치명적일 것 같지만,
삶의 전체를 들여다 보면 큰 그림속 작은 한 점과 같을 때가 많다.
학교 앞, 한 평 남짓한 고시원방에서 3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서울에서의 여섯 번의 이사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발 디딜틈 없던 작은 방,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던 지하 방,
반 년이 넘게 물 새던 방..
어느 곳이든 나는 감사했고, 그 곳이 내겐 천국이었다.
나의 10년이 넘는 학창생활은 온통 무료하기만 했지만,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과연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고민했을까?
지겨운 시간을 지나며 느꼈던 공기의 소리와 먼지의 나부낌을 알 수 있었을까?
혹은 내 바람대로 선생님이 되었다면, 여전히 좋아하는 사진은 찍었겠지만
절대 지금 같은 사진은 찍을 수 없지 않았을까?
과연 하나님의 자녀에게 결정적인 실수나 완전한 실패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포토 바이 손기자님, 서간사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