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속초 갔을 때의 일이예요.
온유는 숙소에 요한이네 맡겨 두고
오빠와 함께 배낚시를 떠났어요.
오랜만의 둘 만의 데이트라 마음이 설레였어요.
신혼 초 함께 제주도에 갔을 때
배낚시를 처음 해보았거든요.
그 때 둘이서 잡은 물고기는 무려 열 마리가 넘었어요.
그걸로 회도 뜨고, 튀겨도 먹고, 매운탕도 먹었지요.
그 때의 기억 때문에 언젠가 꼭 배낚시를 또 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온거예요.
함께 가자는데도 요한이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왜 그런가? 했는데 돌아와서야 알았어요.
동해는 파도가 높아서
배가 심하게 흔들리더라구요.
우리까지 두 커플을 태운 작은 통통배가
낚시하기 좋은 바다로 통통통 거리며 흘러갔지요.
오빠 표정이 조금씩 바뀌더니
오빠는 낚시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대부분의 시간동안 누워있었어요.
저는 돈 내고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정신력으로 버티며 낚시를 했지요.
몇 십 분이 지나 저도 한계에 다다랐어요.
오빠는 불러도 대답없이 누워만 있고,
누구하나 의지할 때가 없어서
가장 생생해 보이는 선장 아저씨라도 불렀어요.
“아저씨. 저 지금 토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저씨도 대답이 없어서 정말 비참했어요.
허공을 떠도는 제 목소리와 파도소리와 기러기 소리..
등 두드려 주는 사람 하나 없이 바다에 토했지요.
우리 옆에 있던 커플도 이미 팔다리가 늘어져 있더라구요.
아저씨는 정해진 수순인 듯 배를 몰아 항구로 돌아갔어요.
숙소로 돌아온 저희가 사정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요한이네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강 아는 눈치더라구요.
이미 작년에 지독한 배멀리를 경험해 봤다면서. ㅎㅎ
그래도 제가 목숨 걸고 잡아온 물고기들로
맛있는 매운탕을 끓여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