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몇 년간
회사-집-교회의 동선을 반복했다.
그래서 결혼 후에는 내가 촬영떠날 때마다 이곳 저곳에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결혼 후에도 아내는 여전히 회사에 묶여서
좀처럼 어딜 데리고 가지도 못했다.
마음속으로 미안해 하고 있는 차에,
이번에 대구에 내려가면서
근처 우포늪에라도 데려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실컷 기대치를 높여 놓았더니
도착한 그 곳은 평범한 겨울저수지 였다.
차라리 새벽녘의 물안개나, 늦은 오후 노을때라도 맞춰올 걸 ..
풍경은 늘 그런 것 같다.
무언가 특별한 풍경을 기대하며 떠난 발걸음은 언제나 아쉬웠고,
그 곳에서 특별함을 만나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났을 때만 특별함을 선물 받았을 뿐이다.
풍경이 목적이면 풍경으로 보상받아야 하지만,
사람이 목적이면 ‘만남’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시간과 풍경 같은 것들은 ‘선물’이다.
무엇보다 내가 함께 한 사람은 그 어떤 특별한 풍경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