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토요일.
원래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우리지만
오빠는 감기 기운이 있는지 시들시들.
오늘 따라 너무 팔팔한 온유덕분에 나도 기운이 빠졌다.
오빠는 토요일이라 시간을 내어 성경과 여러 책도 읽어야 한다더니
시름시름 앓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반나절이 지나버렸다.
나도 덩달아 밥 생각이 없어서 아침, 점심 먹는둥 마는 둥 했는데,
엄마마저 아프면 안된다며 오빠는 보도듣도못한 볶음밥을 대령했다.
마늘에 시금치, 양념장과 멸치.. 확인해 보지 못한 재료들 잔뜩.
워낙에 즉흥적으로 만든 요리라서 예상컨데, 다음에 똑같은 요리는 못 만들 것 같다. ㅎㅎ
식사를 하고 나니, 기운이 훨 좋아졌다.
기운을 차리고 우리 온유가 생각이 나서
쭈쭈를 먹이기 전 온유를 안고 기도한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좀처럼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오빠 말대로, 말씀은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을 줄이고, 그 시간을 말씀으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기도는 내가 형식을 갖춰서 고요하게 드려야 된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고요하고 정돈된 시간을 찾느라 기도를 못 드리는 것 보다.
온유와 함께 뒤죽박죽의 시간 속에서
나의 어수선함까지 기도로 내어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책장에 꼳혀있는 책의 문구처럼
‘이미 기도하고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
비오는 저녁,
오빠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이 곳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내가 먹어본 어떤 커피보다도 맛난다.
커피 맛에 기분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의 사귐 때문에
날마다 기분 좋았으면 좋겠네..
하지만 커피는 너무 맛있어.. ^^
글. 온유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