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부가 되고 나니
주말이 기다려 진다.
평소에 오빠가 가족과 함께 보내려 애쓴다는 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잠깐, 저녁에 잠깐 보는걸로는 성이 안 차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특별한 할 일이 없더라도
함께 보낼 수 있는 날. 이라는 설레임이 있다.
이런 찍찍하게 더운 날씨인데도 함께 꼭 붙어 있고 싶은게 가족인가보다.
요즘 오빠는 정들었던 카메라와 렌즈를 팔고 있는데
오늘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거래를 하려고 하다가 취소되었다.
그 사람과의 만남겸 해서 온유와 함께 예술의 전당 구경 가기로 했었는데 말이다.
‘이왕 계획했으니 우리 전시회 보러갈까?’
이 말에 오빠도 나도 설레임이 있었다.
둘 다 음악회 같은 곳은 초대를 받아도 졸거나, 중간에 나오거나 하는 편이라
연애할 때도 극장 정도 갈 뿐인데, 그러고 보니 사진전시회는 처음 가게 되는 것이다.
– 오빠 전시회 말고는 처음.
퓰리처상 사진전. 토요일이라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줄 서면서 포기할까 말까를 계속 고민했는데
막상 전시회장에 들어서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감상하는 내내
참 잘 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빠 사진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 구석 구석에는 남들처럼 웨딩사진이나 아이 사진이 아니라
오빠가 찍은 사진들로 액자를 만들어 걸어 놓았다.
친한 친구들이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오빠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선물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뭐. 다 똑같은 사진들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빠 사진을 보면서 찍은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의 사진은 참 따뜻하구나.’
그런데, 오늘 전시회를 통해서는 역사를 통해 흘러온 이야기가 읽혀졌다.
그냥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그 사진이 한 해를 말해줄 수 있구나.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잔옥하고 악할 수가 있구나.
성경은 그것을 말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은 가면일까? 외식일까?
수많은 생각들을 하며 거의 2시간에 걸쳐 전시회장을 돌며 사진을 관람했다.
오빠 말대로 영상은 사진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반면에,
작가가 말하려는 바에 설득당해야 하는 매체라면
사진은 한 장의 사진에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매혹적이기도 한 장르인 것 같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을 때 찍히는 대상이, 감상하는 대상이
치유되기를 기도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나님은 이 작은 카메라를 통해 역사하시지 않을까.
하긴 사진 뿐 아니라 모든 영역, 우리의 삶이 마찬가지 일 것 같다.
하나님 우리 삶을 사용해 주세요..
글. 온유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