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요즘 부쩍 자랐습니다.
아직 말은 제대로 할 줄 모르지만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때면
흐뭇하고도, 두렵기도 합니다.
오빠가 자주 지적하는 제 버릇 하나는
입술을 손으로 뜯는 것입니다.
습관처럼 뜯다 보면 입술에서 피가 터져
퍼렇게 멍들기 까지 합니다.
여기까지만 안 가면 오빠가 눈치를 못 챌텐데
늘 들키게 됩니다.
그런데, 입술을 뜯다가
온유를 봤더니
저쪽에서 온유가 웃으며 입술을 뜯고 있습니다.
아..
과연 나는 온유와 소명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요?
그저께 있었던 일입니다.
이젠 작아져 버린 온유의 신발을 소명이에게 물려주기 위해
깨끗이 빨아 보관하려고 욕실에 뒀습니다.
다음 날 오빠가 화장실에서 쓱쓱하며 여섯켤레를 다 빨아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준비된 멘트를 날렸습니다.
“나는 공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돕는 게 더 쉬운 일이야.”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늘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는 게
하나님께 충성한다는 의미겠지요.
오빠는 자기가 공부할 수 있는 것은
한쪽에서 내가 잘 살아줘서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는 하루종일 대청소를 해버렸습니다.
과연 나는 남편에게 어떤 아내가 되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