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화관제(燈火管制)라고..
밤이 되면 적의 공습을 피하거나
작전 수행을 위해서
노출되지 않으려고
불빛을 강제로 소등하거나, 밖으로
나가는 빛을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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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정 시간이 되면
등화관제가 되었고
모두가 불을 끄고
모두가 잠이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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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그머니 갑판으로 나와
상단부에 올라가서
등을 대고 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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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화관제로
모든 불빛이 소등되고 난 후
어둠 앞에 서게 되면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광활한 바다의 소리와
경계를 알 수 없는
하늘만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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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처럼 작지만
우주보다 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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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었고, 1년이 넘도록
배를 탔습니다.
바다에 한참을 머물다가
육지로 돌아오면
흔들리지 않는 땅을 만난
반가움도 잠시.
쇼핑 작업이 기다립니다.
군함이 부식되지 않도록
배에 묻은 소금기를
씻어내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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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물놀이지만
추운 겨울에는 도망하고 싶은
작업입니다.
함내 방송이 나오면
모두가 투덜거리며
작업복을 갈아입고
갑판에 도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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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은 동복을,
신참은 반 팔에 반 바지차림입니다.
소금기를 씻기 위해 뿌려댄
물에 온몸이 젖는 건
신참이기 때문에
추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
몸으로 느낀 시간은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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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블라디보스톡 항구에서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대한민국 군함인 것도 반가운데
이곳에서 내가 탔던 그 군함을 만나다닛.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사진 한 장에 수많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군대썰을 풀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 같아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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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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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화관제 #먼지처럼 #우주처럼
#블라디보스톡 #해군 #원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