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훈련소에 입대했을 때
발맞추고, 군가를 부르며
행군하던 선배 훈련병들이 인상 깊었다.
그에 비해 우리 기수는 무엇 하나
어색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래서 좌우로 돌 때마다
옆사람과 심심찮게 부딪히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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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불리면
복명복창을 하고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항상 뛰어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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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도 제법 그럴듯한 모양을
얻게 되었다.
조교들은 사회의 때를
벗는 과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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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애굽을 벗어나,
이전까지 노예였던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전에 쓰지 않았던 근육과 생각을
훈련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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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도자를 뽑고
부대를 편성하고
행군 순서를 정했다.
본격적으로 행군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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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비와 편성은
전쟁에 특화된 훈련이 아니다.
이들은 거룩한 제사장 나라다.
전쟁만을 위한 전열이 아니라
싸움과 상관없는 역할들이 세워지고
싸움하지 않는 레위인들이
진영의 중앙에서 행진한다. (민2:17)
그들의 일에 외인이 가까이 오면
죽여야 할 만큼(민1:51)
가장 힘없어 보이는 역할에
하나님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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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싸움을
어떻게 싸울 것인가?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을 어떻게 싸울 것인가?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간다.
전에 쓰지 않았던 근육과 생각을
훈련받는 시기이다.
조교의 명령에 귀기울이듯,
오늘 주님의 말씀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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