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구별되지 않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현실 앞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마찬가지라서
밤새 잠자리를 뒤척이며 기도했다.
‘주님 도와주세요. 아니 주님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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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자와 죽은 자가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빛을 비추시면
잠자는 자는 깨어서 (엡5:14)
죽은 자들과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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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펙은 악이 죄책감의 결손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회피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무분별하게 범죄를 저지르며
그것이 악인 줄 모르는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를
악이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고집스럽게 지켜내며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회칠한 무덤을
악으로 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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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땅 아래, 식물들의 뿌리들처럼
복잡하게 얽혀서 자라고 있다.
가끔 내가 꿈꾸는 것들이 너무 이상적인지를
주님 앞에 묻곤 한다.
그러면서 현실 위에 서기를 기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낙망한다.
그래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내게
주님은 빛을 말씀하신다.
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난다. (엡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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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주님의 은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자신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노력,
회피하려는 시도,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무덤은
우리 자신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이 빛을 비추었을 때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완고하던 그는
땅에 엎드러지게 되었다. (행9:4)
그 후 아무것도 보지 못해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행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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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나의 이름을 부르시면,
빛을 비추시면
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난다.
그것은 악을 직면하게 되는 시간이며
지독하게 고통스러울 시간이며
동시에 은혜의 시간이다.
그제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