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도, 또 얼마 전에도
정기적으로 우리 집에
김치가 배달되었습니다.
주는 양보다
부는 양이 더 많은데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김치가 배달됩니다.
그러면 나는 너무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환한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집니다.
아직 김치가 제법 많이 남았다는
내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얼마 후에 또 김치가 찾아옵니다.
한 번은 냉장고가 가득 차서
그만 보내시라고 말했다가
서로 난처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내도 그만 보내라는 말은
다음부터 하지 말라고
내게 주의를 줬습니다.
언젠가,
친한 동생과 대화를 나누다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때문에 공부를 멈추고
생계도 막막해서 많이 어렵겠다는
동생의 혼잣말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다음날 연락처를 물어서
지인에게 작은 정성을 담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서로가
어색한 관계가 되어서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일이 내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선한 일이지만
맥락 없이, 관계없이
일방적이기만 하면
상대는 자신의 무능을 느끼게 되거나
도리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장하는 수고가
힘이 들 텐데도
일방적인 관계가 되지 않도록
김치를 받습니다.
하나 있는 아들은 아파서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아픈 아들을 돌보는
자신도 항암 중이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치 담그는 건
자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우리는 이렇게 관계를 맺습니다.
수고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진심이 진심을 만나게 될 때
고마움에 고맙다는 평범한 인사가
우리를 웃게 만듭니다.
<노래하는풍경 #1439 >
#관계가일방적이지않도록 #함께울고함께웃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