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아, 여긴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벽이 보이는 집이야.
16명이 넘는 인원이 묵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그림같이 예쁜 집에 머물고 있단다.
그런데 지하방에 8명이 기숙하다보니
잠 들 때는 군대내무실 같이 뒤죽박죽.
가축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구낭.
어쨋든, 이스라엘.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하루는 금세 지나가지만
지난 며칠은 몇 달이나 지난 것같이 여겨진다.
내일 아침이면 이스라엘을 출발해서
모레 아침이면 한국에 도착.
참 많은 것을 보았고, 만났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나는 광야의 열풍이었어.
광야에 발을 내딪었을 때
몸에 물기 하나라도 남김없이 삼킬듯한 바람에
나를 마주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유대광야에 나홀로 서있을 때
거기에는 절망이 있었고, 나를 구원한 하나님만이 계셨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없었다면 결코 건널 수 없는 길.
반 년이라도, 일 년이라도
먼 땅에서 살 나그네의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집이 그립다.
니가 그립다..
한 몸이라서 이렇게 그리운가 보다..
– 이스라엘 소인이 찍힌 엽서를 보내주려고
갈릴리 바닷가에서 엽서를 사고,
떠나기 전 날 시간을 아껴가며 편지를 적었다.
이스라엘을 떠나오는 날. 소담이에게 부쳐달라고 부탁했건만,
소담이는 몇 달 뒤, 이 엽서를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여차여차하여 다시 한국에서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지인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그 분은 이스라엘에서 우표와 우체통을 못 찾았다며..
엽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결국 몇 달만에 너덜너덜해진 갈릴리 엽서가 집으로 도착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