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오빠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데
우리가 사는 건물의 입구에
한 사람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도 술에 취한 사람 같은데 이렇게 추운 날, 그대로 두면 얼어죽을 것 같아 보였다.
오빠는 서둘러 경찰에 연락을 했고, 경찰이 올 동안 말도 걸어 보았는데
술 기운 때문인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서 경찰이 와서 그 사람을 살폈다.
오빠와 함께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는 결혼 하고 난 뒤, 나와 온유 때문에
힘든 사람을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 상처를 싸매고 치료하는 것이 버겁게 여겨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까 그 사람을 우리 집에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떤지를 물었다.
사실, 나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
특별히 수상하거나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고 온유를 예뻐해 준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더니
오빠는 금새 밝은 표정이 되었다.
아마도, 내가 싫어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ㅎㅎ
특별히 구제에 대한 명령이나 말씀 때문에
우리 집에 억지로 초대해야 한다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오빠의 질문을 받을 때, 신기하게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대답해 놓고 보니 나도 신기하다.
어릴적, 언니와 함께 자랄 때
껌을 씹다가 벽에 붙여 두었다가 다음 날, 떼어서 다시 씹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사탕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주워서 입에 넣고 쪽쪽 빨아서 침을 세 번 정도 뺕은 후에 맛있게 먹기도 했다.
다들 그렇게 자란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오빠에게 들려주면
오빠는 너무 재밌어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ㅎㅎ
새침떼기 같은 내가 어쩌면 그런 시간들 때문에 제법 둥글둥글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여전히 욕심은 많지만..
당시에는 아프고, 쓰린 일들이 돌아보면 약이 된 게 많다.
지금 내 삶 속에도 유효할텐데..
약이 되어야 할 아프고 쓰린 일들이 보이질 않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 들 뿐이니..
기뻐만 해야 할 지, 미리 염려라도 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
글. 온유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