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순식간에 자라고,
조금씩 기어다니기 시작하니까
더욱 여유가 없어진다.
이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내가 온유보다 앞서질 못하니까
자꾸 미뤄지기만 하고..
그래서 밥맛도 없어지고..
오빠는 그런 내가 안타까웠던지
어젯밤 별식이라며 고구마며, 양파와 소고리를 넣은
카레를 만들었다.
뭐라도 만들어 놔야지 밥 먹을거 같다며..
이럴 때, 친정에 가면 적절한데
신종플루에 걸리신 엄마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빠도 사무실과 학교로 떠나버리면
이 집에 나와 온유 밖에 남지 않는다.
힘없이 축 처질려고 할 때,
옛날, 오빠와 함께 기도할 때 하나님이 나를 격려하시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온유와 둘 뿐일 때, 이유없는 원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오빠가 지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 믿음직하게 있어주기에 가능한 거란다.
오빠는 오빠의 시간을, 나는 내 시간을 적절하게 보내야 하는데
둘 뿐이라고 생각지 말라고 하셨다.
오빠가 온유를 안아주는 품처럼
하나님이 친히 나와 온유를 안아주고 있단다.
그것을 믿음으로 믿을것인가? 아닌가? 는 순전히 내 몫이다.
알지만 자주 잊어 버리지만, 그 때문에 나는 감사하고 기쁠 수 있다.
글 / 온유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