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말이 되었습니다.
이제 온유가 6학년에 진학하게 되면서
내년에 있을 전교회장 선거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온유는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이 회장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입후보 마지막 날, 온유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 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하고 싶어요.”
지금 전교 임원으로 있는 친구는
부모가 용돈을 준다고 해서 선거에 나갔는데,
이번에도 선거에 나간다면 컴퓨터를 사준다는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온유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댓가를 받기 위해 역할이 수단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마침 전날 본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정말 하기 싫어도 20초만,
미친 척하고 딱 20초만
용기를 내 볼 필요가 있어.”
용기를 내지 않았다가 이 시간이 지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눈을 찔끔 감고 후보로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이 아이의 용기에
응원을 더해줬습니다.
작년에 온유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만났던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비인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서 학교나 교육청에 전화라도
하고 싶은 심정을 겨우 참은 일도 여러번이었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임원선거날 다른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끼는 아이의 부모에게만
소식을 전해서, 그 아이가 회장을 맡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격적으로 소통해주는
이번 학년의 선생님과 아이들이
좋은가 봅니다.
“나는 학교 가는 시간이 참 좋아. “
아이를 만들어 가는 시간을 조성해 가시는
주님을 생각합니다.
“정말 하기 싫어도 딱 20초만
눈을 감고 용기를 내봐.”
아내와 함께 전날 이 영화를
보게 된 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 하반기에 아이들이 말씀을 잘 대해주었고
수요일 늦은 밤에 암송 점검을 마쳤습니다.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목요일 저녁에 영화를 봤고
금요일이 입후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온유가 선거에서 당선이 되든, 그렇지 않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어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보며
이 아이가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자라나는지가 관건입니다.
며칠 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너가 받을 하나님의 상급이 클 것 같아.”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하는 시대에
생명은 돈으로 값 매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라는 생명을 낳는 것만으로,
아이라는 생명을
품는 것만으로 하나님은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주님의 시간을 상상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