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루었던 일을
코시국에 하나씩 처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미루다가 작년에 제균치료를 했지요.
내장기관이 약한 편이라
복용하는 약이 구역감이나 두통을 동반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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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주일간의 투약을 끝내고 기분 좋게
병원에 방문했는데 아쉽게 제균에 실패했습니다.
코시국에는 미룬 일을 처리하리라 마음먹었기에
얼마 전,2차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하루에 네 차례, 14일간을 항생제 가득
먹어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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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아하는 커피도 멀리하고
몸 컨디션을 제균치료에 집중했습니다.
끼니도 규칙적으로, 운동도 틈틈히.
팔굽혀 펴기 횟수도 하나씩 늘렸습니다.
커피가 고파서 한 모금 홀짝거렸다가
그날은 복통 때문에 종일 식은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커피와도 강제 이별했고
늦은 밤까지 작업에 집중하는 일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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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이어진 구역감이나 두통은
내게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람들이 세상에 참 많지만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아픈 사람인 것 같아.”
무기력할 때는 의욕 없는 이를 생각했고
진땀이 나거나 어지러울 때는
병실에 누워 고통하는 이를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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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기에
이런 글을 적어 두었습니다.
‘만일 내게 간절함이 없다면
다급한 상황을 조성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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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는 날에는
간절함을 가질 일이 없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는
아픔과 아픈 이를 생각할 일이 없습니다.
문제없는 날이 지속되면
예수님이 오시든, 오시지 않든
크게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오시면 오시나 보다,
안 오셔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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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간절함은 언제 생겨날까요?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았지만
다급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오만가지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을 때,
내 능력의 한계를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갈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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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급함이 생길 때마다
세상에 우연히 벌어지는 일은
없다고 고백합니다.
이 다급한 상황에도 여전히
하나님이 일하신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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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으로 지축이 흔들리던 네팔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진의 위험 때문에 잠을 자다가도
미세한 진동에 벌떡 일어나 피해야 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닥 긁는 소리만 들려도 식은땀이 났습니다.
그때마다 네팔을 생각하고 기도했습니다.
연말에는 그들을 기억하고 후원하기 위한
여러 일들을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수 년이 흐른 지금, 부끄럽고안타까운 고백이지만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면 네팔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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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오늘 내 주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에서 멀어질수록
기도에서도 멀어지게 됩니다.
내 생각과 관심과 주변을 돌아봅니다.
그때마다 일기장에 적어 놓은 글을 기억합니다.
‘만일 내게 간절함이 없다면
다급한 상황을 조성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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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늘에 간절함이 필요하다면
다급함을 통해서라도
당신의 구원을 이루어 주세요.
간절했던 한나의 탄식을 통해
어두웠던 이스라엘에 빛을 내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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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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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지않아도 #문제없다면
#문제를만드셔서 #기도할수있도록
#간절함이없다면 #다급함을통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