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 선착장에서
검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다.
동물을 좋아하는 수민이는
고양이에게 ‘릴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보트, 택시, 세발 오토바이도 타며
수민이는 난생 처음 구경하는 태국의 모든 풍경보다
새끼 고양이에 더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고양이를 한국에 데려올 수 없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식당 지배인에게 릴리를 넘겼다.
수민이는 릴리와 함께 보낸 몇 시간동안 정이 들어
밥 먹다 말고 화장실에서 울고 나오길 반복했다.
식당을 나서며 릴리에게 작별을 고한다.
새끼 고양이는 수민 이와 보낸 의미 있는 몇 시간을
몇 분도 안 되어 잊을 것이다.
그저 사랑의 대상일 뿐..
고양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릴리는 선착장에서 식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찬바람에 몸을 떨며 지내던 고양이는
이제 따숩고 배부른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