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다.
베니스 특유의 눅눅함 때문인지
제법 현지 시차에 적응한 것인지
새벽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몸이 무거웠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낮과 밤이 똑같이 어두웠다.
숙소주인의 말로
낡고 오래된 건물에 열 개도 넘는 집과 가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단다.
그래서 전기사정이 열악하다며
방에 작은 형광등 하나씩이 전부였다.
새벽이 되었지만 밖이 얼마나 밝은지 집안에서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작은 삼각대와 카메라를 매고 어둑한 집을 나섰다.
늦도록 북적대던 골목은 그림의 장면들처럼 침묵한다.
가끔 그 속에 비둘기만이 푸드덕 날갯짓 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빛을 다루는 노출은 셔터속도와 조리개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내가 걸었던 어둑한 하수와 다리와 골목들 속에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두면 그 속에 빛과 어둠이 극명해진다.
어둠은 어둠으로 남게 되지만,
어둠 속에 빛이 있다면 결국 기다린 시간만큼 빛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빛은 어둠속에 있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