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전시회장에서
한 사람이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숨 쉬지 않는 것처럼 아무 미동도 없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지금 뭐하세요?”
“전 조각입니다.”
순간 당황해 하면서도 감명을 얻었다.
내 생각의 틀을 깨우는구나.
사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자신의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이곳, 피카소전을 찾은 것인데
자신이 바로 자신의 그림이 되보이는 것이다.
마술사가 자신에게 마술을 걸어
저 먼 바다를 새가 되어 날아가듯..
3년이나 좋아했다던 사람이
얼마 전 방구 꼈단다.
그래서 이제 절대로 좋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이 투명하고 순전한 영혼들.
순간, 순간 참 많이 웃고 감동한 만남이었던 것 같다.
일 년 뒤에 계획된 다음 촬영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