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육교 위에
밤 깎는 칼을 파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친구와 만날 약속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할아버지와 노닥거렸다.
밤을 깎아 파는 모양인데
나는 주섬주섬 주워 먹는 것이다.
친구끼리 어떠랴..
대신, 떠나오며 밤칼을 좀 사주었다.
– 지금 이 글을 쓰며
생밤을 깎아 먹고 있는데
밤에 썩은 구멍이 있어서
좀 크게 파내어 봤더니
구멍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심장 약한 나는 또 깜짝 놀라서
밤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주워 놓았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계속 살 놈인데
내 비위 상 어찌해야 하나 싶다.
밤 봉지 옆에는
곶감 한 봉지가 있다.
노량진 지하철역에
추위를 참아 가며
곶감을 파는 할머니가 계시다.
나보고 만원치 사달라는 데
나 혼자 그만큼 해치울 자신도 없고
자비라도 베푸는 모양은 싫었다.
그저 내가 먹을 만큼만 사고
대신 또 할머니와 친구가 되었다.
도란도란 얘기하는 게 신기했던지
몇 명이 구경을 와서
곶감 한 봉지씩을 더 사가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