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 못하는 용렬이 형을 오랜만에 만났다.
형은 초등학교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중1때 시력을 잃었다.
나와 만난 이 푸른 들판의 색을 그는 말로 표현한다.
그나마 형은 색깔에 대한 감각이 있는 편이다.
색깔을 만나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안양에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형은
사람들과 몇 시간동안 공을 차기 위해서
그곳에서 서울까지 긴 시간을 들여온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그 거리가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껏 뛸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고대하며 이 먼 거리를 찾는 것이다.
일상에서 땀 흘릴 일 없는 형에게
축구는 무엇보다 귀한 선물이다.
몇 년 전 축구를 하며 발목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덩치 큰 누군가에게 발을 밟히는 바람에 발톱이 다 깨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상처가 회복되자마자
다시 축구공을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국가대표자격으로 아르헨티나도 다녀왔다.
용렬 형은 안마 일을 한다.
아르헨티나에 가고, 축구경기를 위한 연습을 한다는 것은
생활비를 그 시간만큼 포기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뛸 수 있고 소리 지를 수 있다.
이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없냐면
운동을 좋아하는 용렬 형도 작년에야 처음으로 백 미터 달리기를 해보았을 정도다.
형은 운동을 하니 뛴다는 것에 개념이라도 있지만
일반적인 시각장애우들은 뛴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저 빨리 걷는 정도다.
그것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축구는
공 안에 소리 나는 쇳덩이를 넣어
소리를 찾아 뛰어 다닌다.
축구는 드리블이 가장 중요하단다.
하지만 형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드리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소리를 쫒는 일이다.
아무리 달려도 공을 찾지 못하면 헛걸음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축구에는 ‘보이’라는 공통어가 있다.
‘간다!’라는 표현인 것 같은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 공을 쫓을 때
‘보이’라는 소리를 내어 자신을 확인시켜야 한다.
말없이 다가가 공을 뺏는 일은 반칙이다.
이들이 정식으로 축구할 때는
모두 눈을 가린다.
그 중에는 눈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과 공정하게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이들이 의지하는 것은 오직 소리 하나 뿐이다.
용렬이형, 그는 소리를 차는 사람이다..
– 앞을 보지 못하는 형이지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줘서 운동감을 나타내기 위해
강렬한 햇볕 아래서 ND필터을 이용했다.
사진 한 컷을 위해 백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글은 나중에 다시 정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