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 유명한 베니스,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한적한 거리를 걷고 싶어서
밤을 기다려 명경이와 산마르코광장까지 걸었다.
부산했던 가게들은 문을 닫고
몇 개의 커피숍만이 손님을 받고 있었다.
비엔나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셨듯,
베니스에선 카푸치노 한 잔은 먹어야 하는데,
둘 다 말만 많을 뿐,
커피 한 잔에 큰 돈을 쓰기가 아까워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두리번 거렸다.
그렇게 사람 없는 빈 거리를 한참 걸어 다녔던 것 같다.
다음날, 베니스를 출발해서 밀라노를 거쳐 인터라켄까지 들어가야겠기에
아침 일찍 숙소에서 출발해 산타루치아 역으로 나갔는데
.. 열차 파업이었다.
오후 3시에 있는 첫 차를 다시 예약했다.
5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눅눅한 더위를 피해서 노천카페에 들어가
어제 우리가 그렇게 소원했던 커피를 주문했다.
우리가 전날 걸어 다니며 보았던 풍경을 앉아서 보게 되었다.
바쁘게 장소를 옮기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상점에서 엽서를 사다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한 장 한 장 엽서를 썼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에게도, 하나님께도 엽서를 썼다.
우리가 이 여행을 끝나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써 보낸 편지를 보고 이 날을 떠올리겠지..
– 하나님 아빠에게
초등학교 이후로 펜으로 편지 쓰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이곳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하심
귀한 남편을 주시고^^ 감사해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들
선물 주심도 너무 감사해요.
처음, 프라하에 도착했을때는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우리를 봅니다.
하나님이 주신 모든 선물이 그렇겠지요.
주신 집도, 차도, 옷도, 먹을것도..
끝까지 감사하며 살게 해주세요.
우리 가정의 주인, 아빠가 되어 주세요.
사랑해요. 다른 무엇보다 사랑해요.
비엔나 노천카페에서 명경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