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여름이라 생각했는데..
맞은 비가 꽤 차갑다.
옷이 다 젖은 채 집으로 돌아오며
하루를 서둘러 온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다.
차가운 비(정말 차가웠다.)가 내 어깨를 통통 치며
귓가에 속삭이는 듯 했다.
바보.. 바보..
동료들과 함께 있지 않다는 사실로 가슴에 큰 짐을 지고 있는 듯
미안해서 하루를 서둘러 올라온 거다.
그런데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그래서인지 차가운 비가 모질게 느껴졌다.
그러다 인간극장 게시판의 글 하나가 나의 마음을 완전히 녹였다. 아.. 눈물이.
어린 딸 둘과 사랑스런 아내를 놔두고 혼자 먼저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중략
책상 한 구석 깊은 곳에 몰래 숨겨둔(아내 몰래 숨겨둔) 약을 지금 막 갖다 버리고 왔습니다.
살아보겠습니다. 사람답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저를 붙듭니다.
왜 그렇게 나 자신이 약해졌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나는 죽지 않고 과실을 탐하는 바보다.
비가 얘기 한다.
바보야 바보가 되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