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에서의 촬영은 어려웠다.
다큐 사진이라면 이런 핑계가 없어야 하겠지만
일단 가장 기본적인 노출이 문제였다.
사람들의 얼굴은 새카맣고, 햇볕은 수직으로 내려쬐는데다
배경은 하얗고, 그래, 배경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황량하고 갈한 들판,
나는 그 속에서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배경을 살리고 싶었는데 표정이 안 보이고,
얼굴을 살리자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어젯밤, 아내에게 아프리카에대한 몇 가지 단면을 보여줬다.
한 나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는 안타까워하며 슬픈기색을 보이고 있다.
절대적인 빈곤, 그것 자체는 정말 슬픈 일이지만
아프리카. 라는 단어 이면에 그들만의 얼마나 큰 행복감이 숨어 있는지 모른다.
나는 사진으로 그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슬퍼하는 여러 종류의 가치들이
우리의 풍요로움에 근거한 것들이기에
비교해서 얻는 우월감 역시 서로를 슬프게 하는 일이다.
이번 아프리카 여정에서 한국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주고 온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풍요로움을 안고 왔단다.
친구 끼리 그저 손을 맞잡고 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