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했다.
지난번 아프리카 촬영 때 뭄바이공항에 갇혀 지내던 2박 3일이 생각난다.
아프리카 항공은 사람들이 좌석에 가득차야 출발하기로 악명이 높다.
이륙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빈자리가 있으면 만석이 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빈 자리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항공사에서는 늘 과잉으로 예약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어처구니 없게도 몇 명씩은 예약이 취소되기 마련.
그래서 항의라도 하게되면 ‘왜 컨펌을 위한 리컨펌이 없었느냐‘는 식이다.
예약한 후, 컨펌까지 해놓은 좌석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지난 번, 이런 이유로 비행기를 놓친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작정했다.
이런 사건들이 아프리카의 정서를 몸에 익히는 첫 관문인 셈이다.
무슨 국제선 비행기가 시골완행버스 마냥 이리도 정겹냐고 생각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미 10시간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 더 기다린다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내가 타야 할 은자메나행 비행기는 사람을 가득 실어 이미 떠나 버리고,
정체불명의 조그만 비행기 하나가 터미널을 서성이던 나를 태워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는 늘 그렇듯 우리가 가진 짐을 문제삼아
어떻게든 이권을 취해보려 군인들이 트집을 잡았다.
또 한 시간동안을 지체한다.
겨우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고 누웠는데 코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밤도 더운 이 나라. 드디어 도착했구나.
내일이면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기대와 밀려오는 피로감으로 지난 짜증들은 쉽게 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