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에서의 무더웠던 첫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나누며 선교사님(굿네이버스 협력 지부장)께
혹시 몸이 불편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선교사님은 그 땅에서의 수고로움 때문에 종기로 아파하셨다.
차드는 수도근교지역이라도 마을마다 도로가 정비되지 못해서
오프로드로 달려야 한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4륜구동 자동차로도 쉽게 구덩이에 빠지게 마련이다.
나는 이 거친 들판을 달릴 만큼 운전을 잘하지도,
건축물을 올릴 만한 기술도, 현지 사람들을 인솔하고 훈련시킬 리더십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하나가 바로 기도다.
그래서 환부에 손을 대고 기도했다.
천국이 한 알의 겨자씨와 같다는 말씀을
이 땅에 살아있는 선교사님을 보며 다시금 생각했다.
하나님의 사람 한 명이 큰 나무가 되어 수많은 새들을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내가 그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 모든 작업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루어지길 바랐고,
그 일들의 과정에서도 너무나 기분 좋은 나날이었지만
성령님을 알게 되고 그 인도하심을 따라서 나는 또 다른 세계에 발 딛고 선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나누려는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숨 가쁘게 변하는 환경과 상황들 앞에 집중하거나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맞춰보거나 비교하느라 분주하겠지만
사실 이 곳에서의 삶은 너무나 단순하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실 것만 기대하고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땀 흘리며 보낸 단순한 하루가 저물었다.
밤이 되면 며칠 째 가정에 전기도 공급되지 않아 저녁 7시만 되어도 온통 새까맣다.
잡다한 정보들과 단절되는 이 밤에 나는 벌써 내일을 꿈꾸고, 걷고 있다.
아버지의 기쁘신 뜻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