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약속했던 영정사진을
오늘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막상 영정사진을
촬영해야 할 때가 되니
마음이 편치 않으셨나봅니다.
그래서 매 주 약속이 연기되고, 또 연기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길에
나는 천국을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분명 지금
경험하고 살아야 하지만,
그것은 아주 부분적인 것입니다.
떨어져 전화통화를 하며 목소리를 듣던 연인이
만날 날을 그리워하며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날을 손꼽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을 그리워 해야 합니다.
주님이 이 땅에 다시 왕으로 오심을 고대하는 것,
또, 신부가 사랑하는 신랑을 그리워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이별도 함께여서 슬픕니다.
딸 온유가 생후 10개월 즈음 심하게 아팠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품고 기도하다가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대로 이 아이를 천국에 떠나보내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아이는 주님의 품에 평화롭게 안기겠지만
이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과 추억.
고작 10개월의 시간이 필름처럼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주던 추억이며, 옹알이하고, 엄마를 부르던 입술..
어르신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까요..
영정촬영은 너무나 쉽게 끝나버렸습니다.
할머니가 병환으로 몸이 불편하셔서
오래 촬영하기가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생과 죽음. 짧지만 짧지 않고
길지만 길지 않은 삶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