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봉천동( 奉天洞])고개를 올랐습니다.
하늘을 받들만큼 고개가 높다는 이런 동네만을 찾아
몇 년을 쏘다녔습니다.
누구를 만날까? 어떤 풍경을 만날까?
길을 걸으며 기도했고, 기도하면 주변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렇게 만난 한 사람은 기도 응답이라 생각하고 말을 걸곤 했습니다.
골목에 웅크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가 쑥스러워서 그냥 지나친 적도 많습니다.
어느날인가는 앞 마당에 텃밭을 잔뜩 가꾸시던 할머니와 사귀어
산나물을 잔뜩 얻어온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봉천동, 낡고 후미진 난간 아래서
길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녀석은 큼지막한 곰 인형에 기대어 쉬고 있었습니다.
곰인형은 자신의 너른 품을 나그네에게 열어 주었습니다.
지치고 상처 많은 나그네를 품어주는
녀석의 너른 품이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이젠 버려진 처지이지만,
곰인형은 마지막까지 사랑만 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召命)이라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아.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