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첫째 대환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셋째 은환이.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시는 어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주는 게 참
많아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세 아이들.
우리 형편이 이만큼 어렵지 않았다면
아이들 두 세명 더 낳아 길렀을지도
몰라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도 부족해서
인생이 원망스럽고 힘에 부칠만도 한데,
어머니는 아이들의 존재를
가치있게 여기고,
도리어 기뻐하는 모습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여쭈었더니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시며 대답하셨습니다.
“저희가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부엌 작은 방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도움이건 그들에게 절실할
것 같지만
어머니의 마음에서 결핍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족한 게 없다지만 어머니에게 꿈같은 소원은 한 가지
있습니다.
누워만 지내야 하는 대환이에게
침대용 휠체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혼자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
대환이가 피어나는 봄꽃과 들판을 볼 수 있겠구나.
드넓은 바다의 소리를 마주할 수 있겠구나.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두 아이
대환이와
은환이의 어머니를 만나고 묵상했던 지점들이 있습니다.
결코 쉬울 것 같지 않은 일상 속에
어머니가 찾은 평안입니다.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 긴장 속에서 그 가정이 누리는 평안함.
그것을 우리 언어로는 ‘은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지만
그것이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순간을 잘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부족한 게 가득할 것 같은 상황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말은
풍요롭지만,
풍요롭지 않은 양 살아가는 내 모습을 부끄럽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