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가득한 곰팡이와
몇 번의 침수를 경험했다.
지하 방이라 벌레는 물론이고
쥐가 들어오는 날이면
난리를 치며 도망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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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아저씨는 술에 취해서
내 방 창문을 허락 없이 열기도 했고
순간순간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드린 기도는 같았다.
“아빠, 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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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괜찮다고 말했던 이유는
하나님이 내게 부어주신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도에 다른 무엇을
보태는 것이 과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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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서로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서
동시에 같은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누군가 선물을 하려는데
괜찮다고 하면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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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아빠가 함께 아파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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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받은 사랑으로 충분하니까
나는 상대를 신경 쓰이지 않게
하는 게 나의 최선이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런데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를 상상하는 순간
내가 중심이 된 세계에 균열이 생겼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전화를 받고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기도했다.
“아빠, 알겠어요.
나는 정말 괜찮지만
아빠가 원하시면
마음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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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는 하늘 아래
바람 부는 곳에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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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거짓말같이
급작스럽게 이사하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대문 앞에 초인종이 달려 있고
주방이 분리되어 있으며
옥상에 올라가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하늘 아래 바람 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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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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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기록 #밤마다청년들이가득가득
#뜨겁게기도하던그곳 #하늘아래바람부는곳
#옥상에앉아서불꽃놀이구경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