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던 중에
특정한 상황에서 내가 하는 행동들을
딸 온유가 흉내 냈다.
이런 식이다.
다음 날 약속이 있을 때는
먼 산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음.. 3시? 3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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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해서 약속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모습이다.
약속 시간에 늦기는 싫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도착하기는 싫고
그래서 약속이 잡히면
가장 적당한 출발 시간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머릿속 계산들이
딸의 눈에 보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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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아니었다.
이런 상황, 저런 상황 속에서
내가 행동하는 모습을
온유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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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상황에서는
입안에서 톡톡. 하며 소리를 낸다든지
온유가 하루 종일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특유의 눈빛으로 쳐다본다든지..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다시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는 모습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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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딸의 모습에
마구 웃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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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일을 하거나
길을 걷거나, 또는 머릿속에 상상을 할 때
내 몸 안에 CCTV 같은 카메라나 녹음기가
달려 있다는 상상을 한다.
나중에 녹음된 파일들을 모아서
하늘나라 친구들과 관람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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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가 흉내 냈을 때처럼 마구 웃을 수 있을까?
아니면 부끄럽고 민망해서
이불킥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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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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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는마음 #마음속녹음파일 #소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