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남지 않는 것에
허비하지 말 것’이라 적었다.
사람들마다 남지 않을 것에 대한
기준과 정의는 다르다.
가끔 딸이 나한테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빠는 P가 아니라 J야.”라고 말한다.
아이가 볼 때 내가 즉흥적이기 보다
준비성이 뛰어나 보인다는 말이었다.
어제는 자기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서운해서 다른 항목도 바꿔버렸다.
“아빠는 NF가 아니라 ST야.”
책임의 무게와 세월의 바람이
나를 바꾸고 있나 보다.
공감만 해주기에
세상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러나 딸의 말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발은 잔치를 열고 흥에 겨워
크게 취하여 마음에 기뻐했다.
마치 하루가 천 년인 것처럼.
그러나 잔치를 마치고 열흘이 지나
그는 죽게 되었다.
아무도 모른다.
나발처럼 열흘 뒤에 죽게 되면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세상 살이가
얼마나 무겁고 차가운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살아가며 알게 될 것을.
해야 할 말이나
옳아 보이는 말 대신,
고개 끄덕이면 될 것을.
등 두드려 주고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짤은 문장이면 충분한 것을.
각자 옳은 말을 한다.
모두들 피 터지게 다투면서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비가일은 밝은 아침까지
나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취해서 흥에 겨운 어리석은 이에게
전날의 다급함을 이야기해 본들.
그녀는 지혜로웠다.
분노한 다윗에게는
잊고 있던 하나님의 약속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여전히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지혜를 구하며
이제 봄이다.
<노래하는풍경 #1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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