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치다
갑자기 불빛 하나 훔치고 싶어집니다.
나무야 한 해를 꼬박 성탄트리가 되기 위하여
그 숱한 비바람을 바깥에서 견뎌온 것이라면
저리도 휘황한 불빛 넘치고 넘쳐나도
조금도 지나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어디 온 몸에 불빛 휘감아 당신 오시는 길
밝혀드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에게는 미안하지만 불빛 하나만 내 가슴에 살짝 훔쳐다 걸어
행여 아기님께서 어둡고 초라한 내 마음에 오실 때에
발 헛디디지 않으시도록 배려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칠 때에
불빛 하나 없는 내 맘의 구유 부끄러워 눈물이 자꾸 목을 메이게 합니다.
-홍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