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관악산 입구 앞에
내리는 벚꽃 잎들 아래로 때 이른 술잔이 오고 갑니다.
그 중 빈자리 하나 꿰차고 앉아
아저씨들 틈에 비위 좋게 장단맞춰가며 술을 따라 주고 있지요.
“근데 말야. 아까 말한 친구가 그러던데
그 친구가 짓는 집이 재벌집 아들껀데
벌써 7년째나 짓고 있대.”
“뭐. 궁궐이라도 짓나봐요?”
“내가 집짓는 일을 하거든.
그래서 듣는 게 좀 많아.
그 집이 뭐 한 2000평정도 된다나?”
“옛끼! 이 양반아 7년은 무슨 7년이냐!
나보곤 2년이라 그러던데.”
“그런가? 그 집은 폭탄이 떨어져도 안 부서지겠지?”
“아마 그렇겠지.”
“그 집은 은행돈으로 다 짓는대…
내가 은행가서 돈 빌려 달라면 안 빌려주면서”
“빌리긴 왜 빌려. 아껴서 잘 살면 되지.”
“요즘 경기들 많이 나쁘죠?”
“우리야 뭐 늘 그렇지.
우리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가?”
“오늘 하늘은
구름이 한 점도 없는 게 참 신기해.”
이렇게 살고 있지.
같은 하늘아래
구름 한 점 없는 오늘도
우리야 뭐 늘 그렇지
우리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