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한이를 돌보고 있는
병석이형에게서 아침에 연락이 왔다.
어제부터 두한이가
옛날에 죽은 여자 친구가 그립다며
자살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린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모양이다.
두한이는 주기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두한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자 한다.
그게 악의적이든 선의적이든 상관없다.
그러고 보면 배우의 자질은 갖춘 셈이다.
악당 역할을 맡아도 본연의 자세에 충실한 녀석이다.
아침에 전화로 두한이에게 대충 타일러 놓긴 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서 녀석이 묵고 있는 사랑방에 들렀다.
예상대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죽은 여자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자살사이트 이야기를
늘어놓은 모양이다.
어제 두한이의 고민을 들은 주선이는
새벽기도까지 나와서 두한이를 위해 기도했고,
병석이형은 교회 강도사님과 상담하는 시간도 만들고,
다음날 두한이가 말한 여자 친구의 묘지에 까지 찾아가려는 분위기다.
두한이를 앞에 두고 타일렀다.
사실, 두한이의 자살사이트 건은 하루 이틀 사용한 소재도 아니다.
모두들 두한이에게 관심가지고
사랑하는데 괜한 걱정 끼치면 안 된다는 게 요지다.
내 말에 완강히 거부하다 천천히 순종할 줄 알았던 두한이가
예상과 달리 일찍 꼬리를 내렸다.
“사실은 제가 자살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살사이트에 많이 온대서
궁금해서 그랬어요.
모두들에게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해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두한이가 이렇게 순순히 사과한 적도 없는데..
사람들과 함께 사랑방 생활을 하며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사실, 내가 두한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늘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다.
정확히는 생각날 때마다 가끔 어울리는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선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하는 중에
새벽에 두한이를 위해 기도하는 주선이 같은 아이가 있고
병석이형의 기도와 사랑의 섬김이 있다.
조만간 국비로 운영되는 요리학원에 보낼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사랑 앞에 변하지 않을 영혼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