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의 공허함이다.
아침에 눈을 떠 공허함을 느끼고
점심을 먹고 나른함을 느낀 몸뚱이를 집으로 가지고 오는 내내 멍하다.
영화나 볼까 해서 걸어 본 친구와의 전화통화도 불만이다.
화낼 이유도 기운도 없어 집으로 돌아 왔다.
침대에 멍하니 누워 뽀또의 다리나 만지락 거리며 1시간을 보냈다.
머릿속으로는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별로 실제적이지도 않다.
삶을 투과 하지도 못하는 말들이 하릴없이 침대 밑으로 툭툭 떨어진다.
점점 자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샤워를 결심했다. (요 며칠 제대로 씻지 못했다. 않았다.)
꼭 샤워가 아니어도 무엇인가가 필요한 때였다.
그리고 한결 차분해졌다.
난 차분한 느낌이 좋다.
바로 이 느낌.
공허한 이유를 찾아 들어 갈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