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순간이 다가왔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에서 뛰어 나니는 것은 금물이다.
해발 4천 미터나 되는 고지대라서
고산병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터라켄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마구 뛰어다닌 이유가 있다.
– 어지럼증에 모두 비틀거리긴 했지만.
바로 십 년 전, 뛰어내리지 못한 번지점프 때문이었다.
학생에겐 당시 너무 고가의 비용과, 시간적인 이유로 다음으로 미룬
번지점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시도해볼까.
마치 군대에 입소할 때, 2년 뒤 나는 어른이 되어 돌아올 거야.
결심하던 그 마음처럼.
발 아래 까마득한, 구름 뭉실한 절벽에서 뛰어 내리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번지점프 오후 일정이 일찍 끝나버린거다.
내일 오후에야 다시 예약을 받는단다.
우린 내일 오후에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일 텐데..
단념은 빠를수록 좋다.
남은 시간 자전거 타고 잘 놀았다.
흥. 번지점프 하나도 안 부럽다.
십 년 뒤, 다시 오면 되지뭐.
결국 신혼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명경 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까?
시간도, 비용도 부담이었던 여행이었지만
명경이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보석 하나를 선물하는 것 보다
책 한 권 선물하는 것이,
그리고 여행 하는 것이 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넉넉한 중에 작은 비용으로 보석을 선물하는 것보다
빈궁한 중이라도 여행을 떠나보내는 게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생각과 틀이 고정되는 것이다.
나쁘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까지 그 틀이 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피상적이지 않은 우주적 하나님을 만나는 틀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 여행은 우리의 사고와 세계를 넓히는 여정의 작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