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일정을 위해 차를 몰고 가던 중
아내가 “말이다! 말!!”
하도 소리치며 반가워 하길래
차를 세워졌더니,
마구 달려가서는
말과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십분이 넘게 말을 쓰다듬고,
먹을 것을 나눠먹고 – 슈크림 빵을 나눠주는 아내나, 받아 먹는 말이나..
어느새 두 녀석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말의 눈이 너무 예쁘다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말의 털을 쓰다듬으며, 벌레를 쫒아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같은 아내의 모습을 지켜 보며
순진한 녀석이라며 계속 웃게 됩니다.
아내는 제주도가 처음이라
제가 데리고 간 곳마다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학생시절 방학 때는 뭘했냐며 물었더니
일하느라 바빴다고 합니다.
(아내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떡집에서 떡을 떼다가 길에서 팔기도 하고,
빵모자를 쓰고 빵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나는 아내의 그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제주도 여행 내내, 길에서 만났던 말 이야기를 하며 그리워하는
제 아내는 참 순진합니다..
얼마전 처형이 말해줬습니다.
아내가 고 3 때까지도 호랑이와 사자를 잘 못 알고 있었다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지경이었습니다.. 하하.
아내는 그렇게 순진하고, 단순해서
함께 웃고, 함께 울기를 참 잘합니다.
제주도 일정의 마지막 날,
제주도에 사는 한 명이 우리 숙소를 찾아와 기도제목을 나누었습니다.
아내는 그 친구가 눈물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며 아파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휴가기간인데, 아픈 이들과 함께 울어주는 것입니다.
사자와 호랑이를 아는 것보다
함께 울고 웃을 줄 아는 것이 더 복되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바보스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저는 이 녀석이 더욱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