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를 찾았다.
사진을 찍는 짧은 여정이지만 벌써 아프리카를 6개국이나 다녀왔다.
아프리카라면 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니었다.
각 나라마다 사람들의 성격과 나라의 풍경, 빈부의 정도가 다 달랐다.
내가 만난 나라는 내가 방문했을 당시,
계절은 겨울이었지만 50도의 뜨거운 폭염이 내려쬐는 곳이었다.
이런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나는 촬영 내내 헉헉 거리며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나무 그늘 아래 퍼져 있노라면
말이 필요없는 만국 공통 스포츠 하나를 만나게 된다.
동네 아이들은 지친 내 앞을 보란 듯이 우루루 몰려 다니며 공을 차댔다
줄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조그만 공 하나에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아이들은 그 놀이에 모두 흠뻑 빠져있었다
자신들의 대륙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게
이처럼 기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나도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뿌연 먼지를 마셔대며
함께 뛰어다니고 말았다
이 나라를 떠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공 하나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하겠지?
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곳에 가든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그리 녹록지가 않다.
차라리 비참할 정도다.
그래서 촬영을 하는 내내 ‘이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그 위로는 축구공 하나로 해결될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가 촬영했던 ‘유누스이삭’이란 아이도 수인성 질병이 원인이 되어 결국 죽게 되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과 배꼽이 어른 주먹만큼이나 부어오르는 등 수많은 질병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저 깨끗한 물 한 모금이면 그들을 살릴 수 있을텐데…
차드와 카메룬에 인접해있는 한 마을에서는 오염된 우물조차도 없어서
그저 강물을 떠마시며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견뎌야만 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 목마른 땅에 우물 하나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암반수 우물을 하나 파는데 드는 비용은 약 2000달러 정도.
누구에게나 꽤 큰 돈이겠지만, 한 마을과
그 인근 마을의 수 백명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비용으로 치자면 너무도 싼 편이다.
생명을 돈으로 바꾸어 살릴 수 있다면 말이다.
이들에게 우물 하나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일이
몇 개월이 지나 어느새 10개가 넘는 우물을 만들어 선물해 줄 수 있게 되었다.
c.s루이스는 자신이 부족함을 느낄 정도로 나누는 것이 구제라고 했는데
이 일을 함께 한 사람들은 아직까지 부족함 하나 없이 풍요롭기만 하다.
잘 사는 것의 주제는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누리느냐가 아니라
잘 사는 ‘사람’에 있기 때문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물을 하나, 둘 만들어갈 때마다 나는 그려볼 것이다.
비록 얼기설기 엮어 놓은 엉성한 공이지만
‘건강하게’ 차며 뛰어 노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