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개 4.5
셔터속도 13/10
평범한 냇물 사진.
나는 몇 년을
사람을 만나며 사진 찍었다.
광화문의 거리 시인 재완 형과
사랑과 사람을 찾아다니며 노래하는 하모니카 창희 형,
13년간 노숙과 앵벌이의 달인이 된 두한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귀며
사진을 찍었고
만나고 작업하는 것이 다 하나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싶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작업의 대상인지
사랑의 대상인지에 대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수단인지 목적인지에 대해
스스로 시험해 증명하고 싶었다.
어느 뜨거운 햇살아래
늘 품고 다니던 카메라를 집에 두고 길을 나섰다.
그들과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어지러운 집안 청소를 다 끝낸 후에도
함께 웃고 노니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내 물음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난 한 달 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다.
카메라는 늘 품에 지니고 다녔지만
어쩐 일인지 누구를 만나도 쉽게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마법에라도 걸린 것 같았다.
한 달이 되는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평범한 냇물 사진’
이 사진을 찍고는 마법의 봉인이 풀려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
이 질문은 칼로 나누듯
답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답을 알지 못한다고
질문 자체가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이 평범한 사진은 내 진정성이다.
반짝이는 냇물을 보며
나는 오늘도 질문한다.
‘나에게
사람은
사랑의 대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