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를 쫄딱 맞아가며 짐을 옮기면서 서글프단 생각을 했습니다.
두한이 이 녀석은 전혀 도움도 안 되고 도망칠 궁리나 하고 있고..
“두한아!! (좀 도와줘.)”
몇 번을 불러 보지만, 무슨 일로 자기 이름을 부르느냔 능청스런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우산을 쓰고 빤히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녀석. 연기가 늘었습니다.
너무 얄밉습니다.
짐을 다 옮기고 길을 걸어가니 그제야 내 옆에 엉겨 붙습니다.
“혀엉 왜 그래요? 왜? 기분 나쁜 일 있어? 왜? 삐졌구나? 내가 짐 안 들어 줘서 그런 거야?”
어이구 이걸. 두한이놈을 야단치려고 하다가
두한이에게 화내서 뭘 하나..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런 녀석. 들 나귀 뼈다귀 같은 희한한 녀석이 형 형.. 그러는 게 참 감사하기도 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앉습니다.
나를 보더니 특유의 웃음을 씨익 지어 보입니다.
으이그 이놈.. 뒤통수를 갈기려다 (손을 부르르 떨며) 쓰다듬어 주고 말았습니다.
제 입에선 연신.. “으이그..” “으이그..”
신음소리인지, 귀여워 못 견뎌 하는 소리인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 으이그.. 이놈아.. 하하. 징그러워 임마.
..웃지 마 정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