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도시를 걸으며 기도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더더더’였습니다.
대단한 의미를 담은 별명은 아닙니다.
온종일 길을 걸으며 기도할 때
입으로 더더더. 이런 소리를 내고는
했기에 놀리듯 지어준 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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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꼭 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을 때에도
마음으로 계속 기도했습니다.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은 기도였지만
기도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실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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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을 때뿐 아니라
샤워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누군가의 어깨를 안마할 때도
그렇게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혼자 지내던 자취방에는
밤마다 청년들이 찾아와서
늦게까지 함께 기도했습니다.
무엇을 그렇게 간구했는지
매일 그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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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연애하며
데이트를 할 때도 기도했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잠결에 잠꼬대로 계속 기도하더라고
아내가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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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기도를 이어갔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응답이 있었는지를 물으면
선뜻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특별한 경험은 있었고, 그 시간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경험을 기도의 응답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자동판매기처럼
상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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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한참 동안 이렇게 기도한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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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주목하는
돈과 명예, 유명한 대학이나 직장은
가치 있지만
이외에도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가치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가치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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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경험과 감정이 있습니다.
내가 그것을 다 경험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위로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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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보기에도우습게 느껴지지만
진심으로 가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때 제가 철없이 기도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때 드렸던 기도는 다 취소하고 싶어요.
너무 아파요. 너무 무서워요. 주님.
이제 도망하고 싶어요. 이제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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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계속하면 어떤 응답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보지만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기도의 응답은 어떤 모양이면 좋을까요?
자동판매기처럼 내가 원하는 소원이
쥐어지면 응답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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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의 가사처럼
‘주님 마음 내게 주세요.’라고 기도했을 때
주님 마음의 가장 작은 조각 하나가
내게 쥐어지면 나는 숨을 쉬지 못해서
가슴을 치며 한참을 울어야 했습니다.
주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신나는 대신
아프고 고통스러운 날이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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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하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조금 알게 되겠지만
동시에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 풍경이 비참하고 부끄러운 이유는
하나님의 마음과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욕심과 고집이 가득한
나의 적나라한 모습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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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도하면 소망하게 됩니다.
기적 같은 일을 기대하는 대신
기적 같은 시간을 기대하게 됩니다.
주님의 기쁘신 뜻대로
그분의 시간 안에서 내가 지어져
가고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됩니다.
기도하면 그것을 소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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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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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십자가그늘아래 #주님의시간안에서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