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엄마가 일하시는
가게 앞에 모조 진주 액세서리를 파는
좌판이 열렸습니다.
믿지 못할 가격표가 붙었습니다.
하루 특별 균일가라며
크기와 상관없이 10,000원에 판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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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돼?’
보석의 크기와 상관없이
가격이 다 똑같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 너무 신기했습니다.
오늘의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간절함에 집으로 달려가서는
모아둔 돈을 탈탈 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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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서 알이 가장 굵은
귀걸이를 골랐습니다.
왕방울만 한 크기의 진주를 사서는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건넸더니
엄마는 흐뭇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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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엄마가 진주를 좋아하시는구나.
가장 큰 진주를 사드렸더니
흡족해하시는구나.’
오시는 손님들에게
아들이 준 선물이라고
자랑까지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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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기회가 닿을지 모르지만
엄마가 좋아하시는 진주 귀걸이를
또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왕방울만 한 크기의 진주가 아니라
주먹만 한 크기의 진주를 선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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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좌판이 열렸고
물가 상승률이 적용되었지만
접근 가능한 가격대였습니다.
크기와 상관없이 15,000원!
내가 원했던 주먹만 한 크기의 진주는 없었지만
지난번 귀걸이보다 알이 큰 진주 귀걸이를
어렵게 찾았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의기양양하게
선물을 내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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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번에는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
나는 왜 혼나야 하는 걸까요?
용돈을 아껴서 엄마를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좋은 마음을 품은 게 잘못된 걸까요?
진주 귀걸이를 좋아했던 엄마가
왜 진주 귀걸이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진주 크기가 예상보다 작아서일까요?
그때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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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늘 옳은 말을 한다고 여기지만
아이들도 분명한 자기 처지와
억울한 상황이 있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을 다 이해하거나
표현하지 못한다면 속으로만 삼키며
불만을 쌓아둘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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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갈 거예요?
아빠가 나갈 때 나도 데리고 나가주면 안 돼요?”
“음. 지금 밖에는 비가 오는데?
오늘 같은 날 나가면 홀딱 다 젖을 텐데?”
“응, 나는 비 맞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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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와 대화하며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비가 와서 아무것도 못 하는 날을 생각했지만
아이는 비가 와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세계.
그 나라를 몰래 엿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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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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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귀걸이 #균일가 #놓쳐서는안되는기회
#돈쓰며돈번다 # 부모님선물추천 #육아를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