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로는
특별하게 기도를 부탁했던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비전케어의 김동해 이사장님과
식사를 하다가 그때 일을 나누면서
잊었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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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도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는
매 순간 극적이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던 이들이
이십여 분의 짧은 수술로
하루가 지나기 전에 앞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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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체험을 짧은 시간에
경험할 때의 감동과
그들의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하루를 꼬박 기차를 타고도
먼 마을에서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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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케냐에서의 캠프에서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의료진들이
탈진할 만큼 예약자가 가득한데
수술하기로 한 마지막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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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앞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두 눈이 백내장이었는데
전 날 한 쪽 눈을 수술한 사람입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쪽 눈만 수술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특별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서
나머지 눈을 마저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케냐 캠프를 통틀어서 두 눈을
수술한 경우는 이 사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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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 분은 목사님이셨습니다.
딕슨 목사님의 초대로 사시는
음부코니 마을과 그분이 목회하시는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교회당을 짓기 위해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웠지만
목사님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교회의 기초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습니다.
위아래가 뒤집힌 채, 강대상에 놓여 있던
성경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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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이 작은 마을과 목사님에게
깊이 간섭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한 사람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케냐로 부르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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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양쪽 눈을 쉴드로 가리고 있는
딕슨 목사님에게 기도를 부탁드렸습니다.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의 요청에
목사님은 당황하셨지만
교회 기둥들 가운데 서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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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상황들이 시공간을 관통하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 같은 신비감에
어지럼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목사님의 기도 소리는
내가 해석할 영역이 아니었지요.
다만 나는 그 기도에 내 마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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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앞을 보지 못하는
딕슨 목사님에게 생각지도 못했지만
이런 특별한 상황을 만드셔서
광명을 허락하신 것처럼,
이 기도를 통해
내가 전에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눈을 허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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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눈물을 흘립니다.
눈물은 대부분 아픔을 동반합니다.
나는 그때 드린 기도의 응답이라 믿습니다.
전에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주님의 마음 한 움큼을 가지게 되면
나는 온종일 울기만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아프지만 너무 감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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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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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못하는것을볼수있도록 #어둠속에빛
#비전케어 #눈을떠요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