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대한 글을 쓰다가,
방문으로 눈을 돌렸더니
그림 한 점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해야 할 일을
까맣게 잊는 편이라
할 일을 책상 앞에 적어두거나
가져가야 할 물건을 미리
문 앞에 놓아두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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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꼭 가지고 나가야 할
그림입니다.
얼마 전에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심사했고 그렇게 선정된 그림을
인사동에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그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부탁과 그 목적으로
그림과 사진 한 점씩을
아이들 곁에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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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둔 그림 속 아이를
바라보다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림에 대한
생각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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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내게
글은 고마운 도구였으며,
사진은 새로운 언어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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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된 사진이 평면이라면
그림은 보다 무게감이 느껴지고
질감이 드러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와 과정으로 캔버스 위에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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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캔버스 안에서
성경의 역사와 해석을
사진이 아닌 그림의 관점으로
어떻게 살필 수 있는지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흥미로웠으며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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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과정과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외국에 나가서까지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작업실을 꾸며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시간이 문 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게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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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눈이 색약이라 정확한 색을
찾아낼 수 없어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린 사람들의 피부색은
온통 초록색이었기에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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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고 절대적인 이유와 문제가
주님 앞에는 먼지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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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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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그림을보며 #초록색아이 #또하나의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