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 수련회가 진행 중인데
무슨 생각에선지 교회의 문을 나왔다.
뜨거웠던 열기와 찬 공기가 만나
머릿속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뜨거웠던 시간이 마치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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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변의 골목을 걸으며
나는 다시 현실의 공간에 서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교회 안에서 드렸던 기도보다
훨씬 뜨겁게 기도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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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분명 이 시대에도
당신이 하시고 싶은 일들이 있을 텐데,
나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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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걷는 걸음마다
‘당신의 소원을 이루는데
제가 필요하다면 저를 사용해 주세요.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
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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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서 받은 은혜만큼
오고 가는 길 위에서
받은 은혜가 정말 컸다.
매일 자취방을 오고 가며
그 길 위에 남긴 기도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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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눈이 내렸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웃음소리를 따라가면
눈사람이 나를 반기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 눈 뭉치를 굴리다가
다시 남루했던 골목을 정처 없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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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을 걸으며 기도하던 시절,
그때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
수련회 셋째 날
난데없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골목을 걷다가
아이들과 눈사람을 만들고
현충원에 한참을 머무르다
저녁이 돼서야 수련회 장소로 돌아갔다고
그날의 사진들이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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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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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말해준 #그날의기억
#방황하는청년 #그날의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