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후반, 오랫동안 내 기도는
깊이를 가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존재는 한없이 얕아 보였다.
깊이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세상의 경험과 감정을
갖고 싶다는 이유와 비슷했다.
하찮은 위로가 아니라
통찰을 가진 위로와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
그 기도를 오랫동안 품었고
기도의 연장선에서 집 주변의
노숙인들에게 빵과 음료를
나누고 그들과 어울렸다.
긴 여행을 떠나 보기도,
억울함이나 외로움과 슬픔을 안고
살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깊이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고
그 후, 시간이 한참 흘렀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기도했던 시절도 잊고 지냈다.
오랜 인연을 가진 친구가
그때의 시절을 말해주었고 생각이 났다.
‘그래. 오랫동안 그렇게 기도했었지.
그 기도를 품고 살았었지.’
이제 더 이상 그렇게 기도하지 않는다.
드디어 깊이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이런 유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고
영웅적인 몸짓뿐 아니라,
평범하게 쌓아 가는
일상의 남루함이나 수고로움과 같은
대가 지불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기도의 응답은 일시적이지 않고
시간과 과정으로 만들어져 간다는 사실도.
<노래하는풍경 #1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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