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영 할아버지의
댁을 들어가
입고 있던 겉옷을
한 쪽 구석에 내려놓았는데
풀썩 하며 먼지가 날린다.
할아버지는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몸이 불편하시다.
지금은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다며
자랑하신다. 말을 많이 하시면
입술로 침이 고여 떨어진다.
시집간 딸아이는 이번 설날에 찾아오지 않았다.
일주일 전 돈 십만 원을 빌리고는
설날에 갚기로 했는데
갚을 돈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
할아버지는 딸아이가 돈을 갚지 못할 정도로
힘든 것도, 찾아오지 않는 것도 속상하다.
외로운 이곳을 교회 선배와 때맞춰 찾은 거다.
할아버지는 말하셨다.
하나님이 자기 외로움을 위로하라고
젊은이들을 때에 맞춰 보내주셨다고..
우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계획된 방문이 아니었다.
하늘도 할아버지의 외로움이 안타까웠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