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문을 드르륵 여니
방안에서 들려오는 식사소리.
91년부터 보건소장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
“핀셋 하나로
아프리카 같은 곳에 가고 싶은 꿈이 있어
가끔 이 곳 보건소의 환경이 조금 더 열악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
이정도도 풍족한 것 같다는 생각에.
우리 선배들은 참 힘들었지..”
잠시, 선배들 생각. 결국 자기가 처음 왔을 때 즈음을 떠올린다.
처음 섬에 근무했을 때
2번 울었단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 북받쳐 오던 감정.
육지에 떨어져 외톨이로 느껴지는 서러움.
부여가 고향인데, 고등학교 때 만나 십년 만에 결혼한 남편을 만나
나중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보건소에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노인들만 들락날락 거린다.
그 중 한 분이 나보고 치료 받으라 한다.
보건 소장님이 용하다고.
“내가 중풍초기였는데
선생님이 발견해 주셨어.
선생님의 그 공을 내가 잊지 못해.
선생님 아니었으면 방에 둘러앉았지
병신됐지..”
” 예전에는
정말 손 못 댈 정도로 무서운 병들도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감기환자들이예요.
44년생이면 60인가?
그 나이쯤부터 보건소 온다고 보면 되요.”
“원래 이쪽을 좋아했어요.
진료소가 무의촌에 있기 때문에
우리 선배들은 고생이 많았지.
집도 없이 24시간 상주가 의무야.
그러다 보니
이제는 동네사람이야.
저도 우리 동네 부녀회원이예요. 하하 “
선생님.
동네 이름들이 참 예뻐요..
큰마을, 집너머..